무대예술가 이병복(1927~2017)은 숙명고녀와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에서 수학했다. 이병복과 연극의 인연은 대학 졸업 공연 출연으로 시작되며, 이후 이병복은 박노경·오화섭 부부가 1948년 창단한 여인소극장(女人小劇場)에 입단한다.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의 발발로 여인소극장은 단명하게 된다. 이병복은 월남한 서양화가 권옥연을 만나 전쟁 중에 결혼하며, 1957년에 부부 동반으로 파리 유학을 떠난다. 1961년에 귀국한 후에는 파리 양재학교(꾸뿌 드 파리)에서의 수학 경험을 바탕으로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활동을 전개한다.
1965년에 이병복은 연출가 김정옥과 함께 극단 자유를 창단하여 대표직을 맡았으며, 극단 자유는 창단공연 <따라지의 향연>(1966)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한다. 1969년에는 명동에 까페 겸 소극장인 '까페 떼아트르'(1975년 폐관)를 개관하였다. 까페 떼아트르는 극장이 부족했던 당대 연극계에 연극 무대를 제공했으며, 소극장운동의 물적 토대로서 기능하였다는 의의를 지닌다.
한편, 이병복 부부는 인간문화재가 제작한 탈 등의 골동품을 수집하거나, 궁집 등 오래된 한옥을 사들였다. 1991년에 개관한 무의자박물관은 이병복 부부가 한옥을 기반으로 문화 공간을 조성하려던 노력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이병복의 무대미술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극단 자유의 <환도와 리스>(1975) 공연부터라 할 수 있다. 이후 꾸준히 무대미술 작업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무대미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이병복은 한국무대미술가협회의 결성을 주도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1987년에 한국무대미술가협회가 OISTAT(국제무대미술가·극장기술가·극장건축가협회)의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이병복은 OISTAT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PQ(Praha Quadriennale, 세계무대미술경연대회)에서 1999년에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본 컬렉션은 194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이병복이 직·간접적으로 생산·수집한 기록물은 물론, 2023년도에 아르코예술기록원에서 진행한 이병복 공연예술자료 영상 및 사진 촬영 용역 사업 결과물 또한 포함한다. 유형별로는 무대스케치 및 의상스케치, 무대소품 및 무대의상을 촬영한 사진·영상 파일, 공연 사진 및 영상, 이병복의 드로잉, 육필원고 등을 포괄한다.